축구는 전술적 진화를 거듭해왔으며, 이 과정에서 많은 포지션이 새로운 의미와 역할을 부여받았다. 이탈리아 축구에서 발전한 ‘리베로’는 이러한 변화를 겪은 대표적인 예이다. 과거 리베로는 수비 라인 뒤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경기를 조율하고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현대 축구에서는 이 포지션과 역할이 펩 과르디올라 감독에 의해 ‘프리롤 센터백’으로 재해석되어 새로운 차원의 전술적 깊이를 제공하고 있다.
과거의 리베로
리베로는 과거 수비 중심의 전술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포지션은 팀의 마지막 수비수로서 상대 팀의 공격을 넓은 시야로 파악하고, 공을 되찾은 후 안전하게 전진시키는 책임이 있었다. 리베로는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경기를 읽는 능력이 우수한 선수가 맡아, 팀의 수비와 공격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리베로, 프리롤 센터백
펩 과르디올라는 전술적 사고와 혁신을 통해 리베로의 개념을 현대 축구에 맞게 재해석했다. 과르디올라의 체계에서 프리롤 센터백은 전통적인 리베로가 가졌던 수비적 역할 뿐만 아니라, 공격 전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포지셔널 플레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공격 시 중앙 미드필드로 전진하여 플레이를 만들어내고, 수비 시에는 기존의 중앙 수비수 역할로 복귀한다. 단순히 볼을 잘 다루고 패스를 잘 한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경기 흐름을 읽고 적극적으로 오프더볼 무브먼트를 행함으로써 팀의 전술적 유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맨시티 전술에서 프리롤 센터백의 활용
2022~2023 시즌 맨체스터 시티는 과르디올라의 전술 아래 프리롤 센터백의 역할을 존 스톤스(John Stones)를 통해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특히, 인버티드 풀백으로 뛰던 주앙 칸셀루의 이탈로 인해 변화된 팀 상황 속에서 스톤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스톤스는 공격에 참여할 때는 미드필드로 전진하여 경기를 만들어내고, 수비 시에는 측면 수비수로 출장한 네이선 아케와 마누엘 아칸지와 함께 탄탄한 수비 라인을 형성했다.
여기에 볼 점유와 공격 전개에 있어 과르디올라의 철학적 전환이 더해졌다. 과거 볼 점유율을 통한 경기 통제에서 벗어나, 수비 상황을 즐기며 더 직선적이고 다이렉트한 공격으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였다. 에를링 홀란드의 전술적 활용은 이 변화의 또 다른 예로, 그는 수비 라인을 밀어내며 상대 수비에 지속적인 압박을 가했다. 일카이 귄도간과 케빈 더 브라위너의 창의적인 미드필드 플레이와 결합되어,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은 더욱 위협적으로 변모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맨체스터 시티는 창단 이래 첫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함께 트레블이라는 역사적 성과를 이뤄냈다.
리베로에서 프리롤 센터백으로의 전술적 진화는 축구가 얼마나 전략적으로 깊이 있고 다양한 스포츠인지를 보여준다. 과르디올라와 같은 전술적 천재들은 게임의 본질을 재해석하고, 현대 축구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확장시키고 있다. 프리롤 센터백의 도입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 축구 전술의 발전은 더욱 흥미로운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