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또 다른 팬데믹을 대비하다 – 전 국민이 참여하는 대규모 모의훈련
안녕하세요, 요즘 ‘재난 대비’라는 단어, 낯설지 않으시죠?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이후 우리는 일상 속에서 ‘비상 상황’이라는 단어를 너무 자주 듣게 됐습니다.
저도 코로나 시기에 아이들과 집에 갇혀있던 경험이 아직도 생생한데요. 그때 “우리가 더 준비되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최근 영국에서 발표된 새 소식이 바로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처럼 느껴졌어요.
BBC 보도를 보면, 영국 정부가 올가을 전국 단위의 팬데믹 대비 모의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름하여 ‘UK-wide Pandemic Preparedness Test’. 벌써부터 전 세계 전문가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왜 이런 훈련이 필요한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그리고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는지 하나씩 풀어볼게요.

왜 팬데믹 대비 훈련이 필요한가요?
팬데믹은 사실 ‘언제 다시 일어날지 모르지만 결국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큰 재난 중 하나예요.
코로나19가 시작되었을 때, 대부분의 국가는 사실상 완전히 무방비 상태였습니다. 영국도 예외는 아니었죠.
2023년 7월, 영국 정부가 발표한 ‘COVID-19 조사 보고서’에서 조사위원장 바론 셰스 할렛(Baroness Hallett)은
“영국은 코로나 팬데믹 당시 준비가 거의 되어 있지 않았고, 국민에게 실망을 안겼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팬데믹 초기 대응이 늦었고, 비상 대응 체계가 논리보다는 번역된 메뉴얼과 구체화되지 않은 시나리오 기반으로만 이뤄졌다고 해요.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나온 첫 번째 권고 사항 중 하나가 바로 “전국 단위의 팬데믹 대비 훈련을 실시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훈련이 어떻게 진행될까?
이번 훈련은 단순한 시뮬레이션이 아닙니다. 실제 수천 명의 관계자가 참여하는, 며칠간에 걸친 대규모 현장 훈련입니다.
응급 구조대, 지방자치단체, 정부 기관 등이 모두 합세해 상황 대응 매뉴얼을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게 되죠.
장소는 영국 전역이 될 예정인데요. 즉, 특정 도시에 국한되지 않고 광범위하게 다양한 지역에서 훈련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정부는 이 훈련 결과를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시민들도 직접적으로 그 내용을 확인해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경보 시스템도 업그레이드!
뿐만 아니라, 영국은 올 해 안에 전국 모바일 긴급 경보 시스템도 시험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시스템은 이미 폭풍우가 심했던 지역에서 4차례에 걸쳐 사용된 바 있는데요.
향후 팬데믹 같은 대규모 위기가 생기면 실시간으로 국민들에게 위험 경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구축된 체계입니다.
4,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위기 대응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도 진행될 예정인데요.
전담 기관인 ‘UK Resilience Academy’는 4월에 개교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해요.
‘취약성 지도’로 더 정밀한 대응
보고서에서 문제로 지적된 또 하나의 사항은 ‘취약 계층에 대한 배려 부족’이었습니다.
실제로 코로나19는 연령, 건강상태, 인종, 사회적 돌봄 여부 등에 따라 그 충격이 달랐다는 통계들이 속속 밝혀졌죠.
그래서 영국은 ‘취약성 지도(Vulnerability Map)’라는 시스템도 도입하기로 했답니다.
일종의 맞춤형 데이터맵으로, 해당 지역 내 취약 계층이 누구인지,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입니다.
이는 단순히 의료 대응에 그치지 않고, 심리적·사회적 돌봄까지 포함한 통합적 접근을 가능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돼요.
그럼 우리나라는?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어요. “우리나라는 지금 비슷한 위기 발생 시, 과연 얼마나 준비되어 있을까요?”
사실 한국도 코로나 사태 시엔 ‘K-방역’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았지만
돌이켜보면 갑작스러운 행정 지시, 혼란스러운 마스크 공급, 반복되는 자가격리 지침 등이 국민들을 꽤 혼란스럽게 했던 것도 사실이죠.
특히 최근에는 기후 변화로 인해 폭우, 산불, 폭염 등의 자연재해도 빈번해지고 있어서 이런 훈련의 필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어요.
전문가들은 뭐라고 할까?
국제 재난 대응 전문가 브루스 셰퍼드 박사는 저서 ‘Pandemic Reset’에서
“국가 차원의 지속 가능한 위기 대응 체계란, 단기적인 알람 시스템보다는 장기적으로 국민 교육과 구조적 인프라가 결합된 시스템 구축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즉, 단순한 대응보다 ‘준비된 사회’가 중요하다는 말이죠.
또한 세계보건기구(WHO)의 2024년 보고서에서도 “10년 이내 신종 감염병 팬데믹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각국이 본인의 제도적 능력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준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지금 당장은 팬데믹이라는 단어가 조금 멀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기억해보세요. 코로나19가 우리 삶을 바꿔놓는 데 걸린 시간은 단 ‘몇 주’였습니다.
한국도 이제는 단순한 방역 차원을 넘어서 진짜 ‘재난 대응 문화’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영국처럼 전 국민이 참여하는 모의훈련, 취약계층 데이터 기반 지원, 그리고 실시간 위기 경보 시스템 등은 충분히 우리가 참고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모델입니다.
혹시 여러분은 ‘팬데믹 이후’ 무언가 달라진 일상이 있으셨나요? 혹은 팬데믹이 다시 온다면, 지금보다 더 잘 대응할 자신이 있으신가요?
오늘 이야기가 그런 생각을 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기도 하지만, 준비된 사람에겐 훨씬 덜 무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