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내 스마트폰이 잡아먹혔다 – 그 이후 이야기
2024년 마지막 날, 바닷가에 앉아 붉게 물든 하늘을 보며 조용한 명상을 즐기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평화로운 순간은 단 한순간에 끝났습니다. 왜냐하면… 네, 여러분도 짐작하셨겠지만, 제 스마트폰이 파도에 휩쓸려 사라졌거든요.
말 그대로, “바다가 내 폰을 가져갔다”라는 말이 현실이 되었죠.
처음엔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그래, 연말 이틀쯤은 스마트폰 없이 살아봐도 되지 않을까? 명상처럼.’ 하지만 현실은 그리 낭만적이지만은 않았습니다.
단순히 기기를 잃은 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제 삶 전부’를 잃은 거였거든요.

스마트폰을 잃는다는 건, 단지 기기를 잃는 게 아니다
우리가 흔히 ‘스마트폰 없이 살아보기 챌린지’ 같은 말들을 하잖아요? 그런데 막상 그 상황이 되면, 전혀 챌린지가 아니라 ‘재난 상황’ 같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예전에 휴대폰을 분실했을 땐 ‘통화 안 되네, 좀 불편하네’ 정도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귀찮음의 정도가 아니에요.
요즘 스마트폰은 단순한 전화기가 아닙니다.
제 신분증, 신용카드, 지갑, 건강 보험 카드, 집 안 가전제품 리모컨, 직장 출입증, 심지어 제 온라인 ‘정체성’까지 다 스마트폰에 묶여 있었거든요.
전문가들 말에 따르면, 호주 인구 90%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고,
5G 기술 발전이 GDP에 기여하는 경제적 효과만 해도 1인당 약 130만 원에서 200만 원 사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스마트폰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에 살고 있는 거예요.
새 기기를 사는 건 쉬웠지만, 정체성을 되찾는 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제 스마트폰은 바다로 사라졌고, 저는 결국 부랴부랴 백화점으로 달려가 새 폰을 샀어요.
그런데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더라고요. 기기를 바꾸는 것보다 복원 과정이 더 고통스럽더라고요.
은행 앱은 등록된 기기에서만 작동하니 본인 확인이 안 되고, 통신사에서는 본인 인증을 위해 문자로 코드를 보내야 한다는데, 그 문자조차 받을 수 없었어요.
이쯤 되면 정말 ‘정체성 상실’ 수준이에요. 제 얼굴은 있는데, 그걸 증명할 방법이 사라진 거죠.
그때 문득 ‘내가 너무 많은 걸 이 폰에 맡기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문, 얼굴, 음성… 언제부턴가 우리는 너무 쉽게 “허용”, “동의”, “기기 등록”을 클릭해왔잖아요.
그리고 그 결과? 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린 겁니다.
스마트폰 중독과의 내면적 갈등
여러분은 스마트폰으로 하루에 몇 시간을 쓰고 있으세요? 저는 솔직히 화면 시간 통계를 보는 게 싫을 정도예요.
SNS, 이메일, 메신저, 검색, 음악, 영상, 심지어 명상 앱까지… 어쩌면 우리는 삶의 대부분을 핸드폰 안에서 살고 있는지도 몰라요.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그 새로운 기기를 손에 넣고 가장 먼저 이렇게 다짐했어요. “내년에는 스마트폰과의 관계를 좀 다시 정리해봐야지.”
우습죠? 새로운 기기를 얻고서부터 ‘덜 쓰자’고 다짐하는 제 모습에서 뭔가 모순된 감정을 느꼈어요.
심지어 그 다짐조차, 스마트폰에 깔린 앱을 통해 실천하려고 하니까요. (‘사용 시간 제한 앱’을 다운받는다든지요.)

디지털 디톡스, 생각보다 절박한 문제
스마트폰 없이 지내면서 느낀 가장 큰 공허함은 ‘의사소통의 부재’도, ‘정보 접근 제한’도 아니었어요.
의외로 가장 힘들었던 건 ‘다른 사람보다 뒤처질까 봐’ 느끼는 불안감이더군요. 이건 일종의 FOMO(Fear of Missing Out)죠.
누군가는 떠들썩하게 인스타 스토리를 올리고 있고, 누군가는 단체 톡방에서 약속을 잡고 있는데, 나는 그 안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가 돼 있는 거예요.
이건 단순한 디지털 중독이 아니라, 사회적 소속감과도 직결된 문제예요.
그래서 전문가들은 디지털 디톡스처럼 ‘일상의 일부를 의식적으로 비워내는 습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너무 익숙한 나머지, 이 문제가 병이 되었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거든요.
다시 돌아온 스마트폰, 하지만 내 마음은 그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지금 제 손에는 새 스마트폰이 있어요. 디자인, 기능, 무게감까지… 이전 폰과 거의 똑같습니다.
페이스 ID도 설정 완료, 사진도 복원 완료, 계정도 로그인이 다 되어 있으니, 겉으로 보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은 것 같죠.
그런데요. 어쩐지 예전처럼 편안하지가 않아요. 그 화면을 보고 있을 때면, 제 10대 시절의 자유롭고 반항적이던 제가 속삭이는 것 같습니다.
“야, 너 지금 한심하게 뭐 하고 있는 거야? 이건 삶이 아냐, 비즈니스 우먼.”
우리는 언제부터 스마트폰에 종속되었을까?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에게 묻고 싶어요. 여러분도 혹시 스마트폰 때문에 자신을 잃고 있다고 느껴본 적 있나요?
아니면 오히려, 이 기기 덕분에 더 많은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물론 스마트폰은 우리가 일하고, 연결되고, 배우고, 즐기는 데에 큰 이점을 주는 도구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 ‘도구’가 주인이 되어, 우리가 ‘도구’ 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때도 있어요.
올해에는 한번,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나 자신에게 시간을 투자해보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정말 손 안의 기기일 필요는 없잖아요.
바다에게 빼앗긴 스마트폰은 아직도 어디선가 파도에 씻기고 있겠죠. 그 녀석이 외칠 수 있다면, 아마 이럴 겁니다.
“얘들아, 정말 중요한 건 나 말고, 네 삶이야.”
여러분의 스마트폰 사용 습관, 다시 한번 점검해보세요. 진짜 중요한 건 화면 밖에 있을지도 몰라요.✨